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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 한 편의 아름다운 비극

"요즘 애니메이션을 잘 안 보는 편인데, 귀멸의 칼날은 정말 오랜만에 정주행한 작품이다. 처음엔 "또 배틀물이네" 하고 가볍게 봤다가 완전히 빠져버렸다.

스토리의 힘

이야기는 단순하다. 주인공 탄지로의 가족이 귀신에게 몰살당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동생 네즈코마저 귀신이 되어버린다. 탄지로는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살대에 입문한다는 설정. 사실 복수와 구원이라는 소재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이 특별한 건 캐릭터 하나하나에게 진심으로 공을 들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적으로 나오는 귀신들조차 그저 악당이 아니라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매번 전투가 끝날 때마다 적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이게 정말 울컥하게 만든다.

비주얼은 말이 필요 없다

유포테이블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그냥 예술이다. 특히 히노카미 카구라물의 호흡 같은 기술 이펙트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 19화 '히노카미'는 애니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화 하나로 소름 돋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무한열차 편은 극장에서 봤는데, 렌고쿠 전투씬은 진짜 심장이 쫄깃했다. 영화관 스피커로 터지는 BGM과 함께 보는 불꽃 이펙트라니... 집에서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탄지로는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이지만 답답하지 않다. 오히려 그 선함이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걸 보면서 "아, 이런 주인공도 괜찮네" 싶었다. 젠이츠는 초반엔 진짜 거슬렸는데 점점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이노스케는 그냥 웃긴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감성적인 면도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렌고쿠텐겐. 두 기둥 모두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특히 렌고쿠의 마지막 대사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거라"는 지금도 생각나면 울컥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중반부 일부 에피소드는 템포가 조금 느린 감이 있고, 개그씬이 과할 때도 있다. 특히 시리어스한 장면에서 갑자기 개그를 넣는 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그리고 최종장인 무한성 편은 다소 급전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3권으로 완결됐는데, 조금만 더 여유있게 풀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

귀멸의 칼날은 화려한 작화만 있는 작품이 아니다. 가족, 희생, 용서라는 무거운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균형감이 뛰어나다. 애니를 잘 안 보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하고, 이미 본 사람이라면 다시 봐도 좋을 작품이다. 나는 이미 세 번째 정주행 중인데, 볼 때마다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아직 안 봤다면 꼭 한 번 봐보길 바란다. 단, 티슈는 필수다.

평점: 9/10